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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생각 2015. 5. 7. 00:27

   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
    도종환


   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
    사랑한다고 말한 그사람도 없고
    사랑도 없다

   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
   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
   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
   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

   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
    낡고 때 묻고 시들지 않는 것은 없다

   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으며
   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되다니,
   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날이 있다

    얼핏 스치는 감출 수 없는 주름 하나를 바라보며
    거울에서 눈을 돌리는 때가 있다

    살면서 가장 잡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
    나 자신이었다

    붙잡아 두지 못해
   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,
    흘러가고 변해 가는 것을
   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
   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
    늦게 깨닫는 날이 있다

    시간도 사랑도 나뭇잎 하나도 어제의 것은 없다
    모든 것은 늘 흐르고
    쉼 없이 변하고 항상 떠나간다

    이 초겨울 아침도
    첫눈도
    그대 사랑도
   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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